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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름답게 욕망하라] 엣지있는 멘토링을 원하는 당신에게

 

원래 자기계발서는 별로 읽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 쓰여진 내용들은, 성공한 후에 뒤돌아 본 자기의 모든 과거를 미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다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라기보다는 도덕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모든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생각없이 사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작가의 그런 고(高) 자세에 거부감이 들어 끝장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조주희 기자의 '아름답게 욕망하라'는 그런 흔한 자기계발서로 다가오기 보다는, 매력적이고 본받고 싶은 선배와 사석에서 나란히 마주 않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상담을 받은 내용을 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의, 편안하게 읽히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엣지있는 조언들이 가득 담겨있다. 어쩌면 그녀의 조언들이 나의 생각들과 딱 맞아떨어진 부분들이 많아서 이 책을 유독 편애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책 군데군데 그녀가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차별화된 내용의 책을 쓰고자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꽤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 차별화에 어느정도 충분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 몇 가지 챕터의 제목을 옮겨본다. (챕터 안의 내용이 내가 100% 동의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취향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욕심이 있는 사람인가/ 사회적인 나르시시스트가 되라 /감정의 벽을 쌓는다는 것 /항상 촉을 세우라 / 험담,질투,모함을 즐기자, 모든 것은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다 / 나만을 위한 사치는 필수다 /흥분,몰입,여유의 사이클을 조절하라 / 변수에 대처하는 방법 /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 어느 정도의 미인계는 필요하다 / 폭탄주에도 선이 필요하다 / 짐승의 눈을 가져라 /몸짓으로 먼저 사로잡는 법 /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이익집단을 구성하라

 

고백하건대, 나는 머리와 가슴으로 납득이 가지 않으면 웬만한 이야기에 나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데다가 보통의 글을 읽을 때 분석적으로 논리적 결함을 찾기 위해 눈동자가 돌아가는 직업병이 있는지라, 100% 동의하며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가 몇 권 없는 조금은 고지식한 성격이다. 첫 장부터 끝 장까지 한 줄 한 줄 꼭꼭 씹어 읽으며 나의 숨어있던 세포들에 불을 켠 경험은 꽤 오랜만이다.

하고싶은 것은 많으나 실천력이 부족한 나에게, 지친 일상에 그 많은 꿈들에 대한 애정이 무뎌져가고 있던 나에게, 엄청난 촉매제가 되어준 책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가 쏟아지는 아침잠을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체질이라 체념하고 있던 나를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시킨 고맙고 놀라운 책이기도 하다.

조주희 기자가 글에서 밝힌 김주하 아나운서의 진정성 있는 눈빛예찬에는 매우 공감하는 편이지만, 사실 김주하 아나운서의 책을 읽으며 느끼지 못했던 것을 조주희 기자의 책에서 느꼈다. 특정 직업을 가진 작가가 해당 분야에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기반으로 하여 자기계발서를 쓰는 경우, 대개 그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의 글들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욕망하라'는 기자로서의 현명한 욕심과 욕망을 하나의 예로 들어 제시할 뿐 그 조언들이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짐 없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를 지향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 (이런 점은 외신기자로서의 그녀의 직업이 그런 시각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가령, 여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논할 때에도 "정치적 시각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권리주장 중심으로 보는 전통적인 페미니즘(p156)"이 아닌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그렇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개인의 선택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가정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든 말든, 미혼으로 남아 여성권리주장운동의 선봉에 서든 말든, 영화 주인공 엘 우즈처럼 매력을 미끼로 남성을 사로잡든 말든, 이 모든 것은 여자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p156)"이다. "타고난 여성성을 차별의 범주에 가두지 말고, 세상을 살아가는 놀라운 무기로 사용(p157)"할 수 있다는 그녀의 논리는 여성성에 안주하지 말고 무조건 실력을 쌓아 남성성과 대등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식의 열등감 섞인 발언과는 분명히 다르다. 대학시절 여성학회 학회장으로서 이런저런 세미나를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여성학회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페미니즘', '여성운동'은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여성의 권리만을 부르짖는 다소 과격한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남성중심의 사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여성성에 안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고난 여성성의 가치를 남성의 그것과 비교할 필요없이 현명하게 가꿀 줄 아는 능력도 하나의 경쟁력임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예를 들다 보니 페미니즘 논리로 빠졌지만, '아름답게 욕망하라'에서 조주희 기자는 그녀가 살아오면서 부딪힌 수많은 경험과 관계를 통해 깨달은 현명한 욕심에 대하여,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자기애에 대하여 담담하게, 그러나 논리적이고 호소력있게 이야기한다. 온 몸이 물질적인 욕망으로 가득차 정신적인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비우고 정신적인 행복을 누리라는 '무소유'의 논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를 한없이 속물로 느껴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보다는 자기애와 한없이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욕망과 욕심을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것은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들뿐만 아니라, 패배감에 젖어 무기력함에 빠져있는 이들에게도 영양가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등학교로 교육실습을 나갔을 때나,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이야기하다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할 만큼의 자기애나 욕심 없이 그저 가방을 들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에 경악하곤 했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해야 한다', '~하라'하는 그 많은 조언들은 그들에게 그저 때되면 불다가 그칠 바람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아 답답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그 긴 시간을 위해, 그 긴 시간동안 스스로를 위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해야 할 그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아름답게 욕망하라

저자
조주희 지음
출판사
중앙북스 | 2011-07-07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지금 당장, 내 인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아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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