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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이끼] 서로를 바위삼아 살아가려는 이끼들의 향연 (스포일러 다량 보유) '이끼' 개봉 이후 거의 대부분의 평들이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의 '이끼'를 바라보며 변주라느니 변질이라느니 많은 논의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 웹툰을 접하지 않고 영화를 접한 관객의 입장으로서 해 볼 얘기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강우석과 웹툰 '이끼'의 만남은 썩어서 찌든 현실의 구석구석을 대중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여 발견하게끔 풀어내는 강우석 작품의 매력을 업그레이드 시킨 측면이 분명 있다. 축축하고 습한 바위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이끼처럼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바위 삼아 살아가려는 이끼같은 인물들이다. 유목형(허준호 역)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종교 지도자로 등장하여 자못 진지하게 성경의 말씀을 전파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의 뜻과 다른 사람을 '악'으로 치.. 더보기
[김씨표류기] 우리들은 모두, 저마다의 밤섬에 살고있다 (스포일러 다량 보유) 한강 한가운데에서 표류를 한다? 영화 는 말그대로 '김씨'가 '표류'하는 내용이다. 어디에서? 한강의 '밤섬'에서. '도심 속 무인도'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에서 '밤섬'이 가지는 공간적 의미는 영화를 보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을만큼 크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해서 아무도 살지 않는 생태 보존 지역인 밤섬. 그 밤섬에 한 남자가 불시착한다.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대출 이자, 무한 경쟁 시대에 턱없이 뒤쳐지는 영어실력, 무능력을 이유로 냉정하게 떠나간 연인. '김씨'가 한강 다리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뛰어내리기를 결심하는 이유다. 너무나도 익숙한(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한강 자살 사건의 모든 이유들을 총망라해 놓은 듯하다. 가장 보편적인, 소외된 현대인을 그리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