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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하나미즈키] 동화같은 감성으로 이어놓은 '건축학개론, 그 후' '건축학개론'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하나미즈키'는 어떻게든 인정하고만 싶은 환상이다. 그 어떤 짖궂은 운명에도 진실한 사랑은 돌고,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는 게 노부히로 감독이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어떤 신념 같은 건가 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다들 놓아버린 것들을 끌어모아 오랫동안 영화에 담아놓고 싶은 게 그의 신념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의 감독 도이 노부히로가 그의 스타일대로 완전히 바꿔놓은 '건축학개론'을 본 것 같은 느낌. 동화같은 감성으로 이어 놓은 '건축학개론, 그 후의 이야기'까지. '건축학개론'의 승민(엄태웅 역)은 부서져버린 대문을 부여잡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인정하며 흐느낀다. 승민이 결국 은채(고준희 역)를 선택할 수밖에 없.. 더보기
[러브픽션] 찌질하다 손가락질 마라, 우리는 누구나 찌질해진다. (스포일러 주의) 한 마디로, 결말만 해피하게 바꾼 알랭드보통의 연애론. 드 보통의 책 의 전계수식 영화화다. 흔하디 흔한,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노선을 밟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딱 기대한 만큼 만족시켜준 영화다. (기대한 만큼의 만족은 물론 어려운 일이거니와, 기대 '이상'을 요구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선함을 충분히 느꼈으니, 이걸로 됐다.)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르크스주의'까지 운운하던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따분함도 어느정도 벗었고, 연인들의 대사도 꽤 흥미있게 채워넣었다. (어쨌거나 이 영화가 알랭드보통의 사랑론에서 '출발'한 것이지 소설의 영화화를 내걸고 나온 영화는 아닌 게 분명하니까.) 남녀탐구생활 연애편정도 되려나.가령, 채식주의자 구주월과 일주일에 서너 번은 고기를.. 더보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변화와 성장의 기적을 말하다 (스포일러 다수 포함) 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극히 냉소적인 시선으로 고립된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에서는 몸이 텅 빈 인형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공허함을 표현했다. 그러던 그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하 )에서 그는 기적을 꿈꾸는 아이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억지로 강요하거나 꾸짖는 일 없이 그저 묵묵히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뒤로 한 채 인디음악에 빠져있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이혼으로, 형 코이치(마에다 고키 분)는 가고시마 외가에서 엄마와 함께, 동생 류(마에다 오시로)는 후쿠오카에서 아빠와 함께 살게 된다. 영화 초반부부터 코이치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사쿠라지마의 화산재가 휘날리는 곳.. 더보기
[완득이]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월간 2012년 1월호에 기사화되었습니다.) 어떤 영화의 주연배우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이 영화만큼 기대가 커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08년 여름 카페에서 무심코 집어든 를 한 자리에 앉아서 다 읽었었다. 그만큼 쉽게 읽힌 책이기도 하지만, 그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어떤 작품보다도 분명했던 데다가 어느 하나 매력이 없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동주 역에 김윤석 아저씨, 완득 역에 유아인을 혼자 캐스팅하고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상상한 인물들이 그대로 캐스팅되어 영화화된다는 것은 독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마치 감독이 된 듯 영화에 애정을 가지게 하는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이 장.. 더보기
[이끼] 서로를 바위삼아 살아가려는 이끼들의 향연 (스포일러 다량 보유) '이끼' 개봉 이후 거의 대부분의 평들이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의 '이끼'를 바라보며 변주라느니 변질이라느니 많은 논의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 웹툰을 접하지 않고 영화를 접한 관객의 입장으로서 해 볼 얘기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강우석과 웹툰 '이끼'의 만남은 썩어서 찌든 현실의 구석구석을 대중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여 발견하게끔 풀어내는 강우석 작품의 매력을 업그레이드 시킨 측면이 분명 있다. 축축하고 습한 바위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이끼처럼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바위 삼아 살아가려는 이끼같은 인물들이다. 유목형(허준호 역)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종교 지도자로 등장하여 자못 진지하게 성경의 말씀을 전파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의 뜻과 다른 사람을 '악'으로 치.. 더보기
[10억] 사람은 누구나 겁에 질려 살아가니까 (스포일러 다량 보유.) 특정 영화를 정확한 기준 없이 ‘총 평점 10점 만점에 몇 점’, ‘몇 점짜리 영화’ 정도로 평가 내려 버리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당히 회의적이지만, 나름 열심히 본 영화에 대해서는 참고 정도로 흔히 짧은 감상평들을 찾아보기 마련이다. ‘평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긴 글들보다는 그냥 ‘감상평’ 정도의 짧은 글들이 보편적이고 솔직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한 영화에 대한 평이 이렇게 극과 극인 경우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평점을 보면, 10점 만점 기준에서 1점부터 10점까지 중간 점수가 거의 없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별로다(네이버ID:yyr0823hi)’, ‘케이블의 서바이벌 프로가 만 배 낫다(영화평론가 김종철)'와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 더보기
[김씨표류기] 우리들은 모두, 저마다의 밤섬에 살고있다 (스포일러 다량 보유) 한강 한가운데에서 표류를 한다? 영화 는 말그대로 '김씨'가 '표류'하는 내용이다. 어디에서? 한강의 '밤섬'에서. '도심 속 무인도'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에서 '밤섬'이 가지는 공간적 의미는 영화를 보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을만큼 크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해서 아무도 살지 않는 생태 보존 지역인 밤섬. 그 밤섬에 한 남자가 불시착한다.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대출 이자, 무한 경쟁 시대에 턱없이 뒤쳐지는 영어실력, 무능력을 이유로 냉정하게 떠나간 연인. '김씨'가 한강 다리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뛰어내리기를 결심하는 이유다. 너무나도 익숙한(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한강 자살 사건의 모든 이유들을 총망라해 놓은 듯하다. 가장 보편적인, 소외된 현대인을 그리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더보기
키팅선생, 포레스터, 그리고 김지수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많은 생각이 든다. 공교육붕괴, 입시전쟁, 학원폭력, 집단성폭행, 촌지 등의 단어가 너무도 자주 들어 지겹기까지 할 정도다. 학생들에게 비인간적 체벌을 가하는 교사, 그리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잠잠해진다 싶을 때면 꼭 한번씩 나오는 기사다. 영화 를 기억하나. 진절머리나는 우리 교육 현실을 생각하다보니 "캡틴, 마이 캡틴" '키팅 선생(로빈 윌리암스 분)'이 보고싶어졌다.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명문 웰튼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명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프라이드를 주입시키며 오로지 '일류대학 입학'의 목표만을 강조한다. 자아를 발견하며 고민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고, 마음으로 느끼며 공부하는 것은 '탈선행.. 더보기
[미스포터] 한 편의 동화처럼 각색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기 극장가에서 가 한창 흥행하고 있을 즈음 함께 상영하고 있던 영화 한 편이 있다. 르네 젤위거가 눈부시게 흰 배경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는 기억할 수 있을 거다. 는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한 영국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다. (스포일러 보유)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19세기 영국,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베아트릭스 포터(르네 젤위거 역)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동물들을 접하면서 타고난 동화적 상상력과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그린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화를 출판하는 꿈을 가지게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반기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터는 열정을 잃지 않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중, 그의 감각을 알아보는 노만 워른(이완 맥그리거 역)을 만나게 되고 출판을 계.. 더보기
[너를보내는숲]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관계맺음의 의미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한 영화 잡지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읽은 후의 일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구보다도 상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을 그녀이기에 가능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메시지의 깊이에 깊숙히 빨려들어 가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원제는 이다. '모가리'는 '상(喪)이 끝난다'는 뜻의 '모 아가리'가 어원인 말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간 혹은 장소를 의미한다. 제목이 의미하듯, 영화는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맺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를 잃고 남편과도 사이가 멀어진 마치코(오노 마치코 분)와 33년 전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만을 간직한 채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치매 노인 시게키(우다 시게키 분)가 서로의 슬픔을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