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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미스포터] 한 편의 동화처럼 각색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기

 


  극장가에서 <미녀는 괴로워>가 한창 흥행하고 있을 즈음 함께 상영하고 있던 영화 한 편이 있다. 르네 젤위거가 눈부시게 흰 배경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는 기억할 수 있을 거다. <미스포터>는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한 영국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다.

(스포일러 보유)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19세기 영국,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베아트릭스 포터(르네 젤위거 역)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동물들을 접하면서 타고난 동화적 상상력과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그린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화를 출판하는 꿈을 가지게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반기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터는 열정을 잃지 않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중, 그의 감각을 알아보는 노만 워른(이완 맥그리거 역)을 만나게 되고 출판을 계기로 잦은 만남을 가지며 둘은 사랑을 싹틔운다. 그러나 둘은 신분 차이로 인한 집안의 결혼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당분간 떨어져지내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해보라는 포터 부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안타깝게도 노만 워른은 떨어져 있는 사이 병들어 죽게 되고 포터는 어린 시절 여름을 보내곤 했던 농장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개발을 위해 무분별하게 팔려나가는 농장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책을 판 돈으로 농장 부지를 사들이며 자연을 보존하고자 한다. 

 

  일단 솔직한 영화 감상을 말하자면, '분명히 잔잔하고 아름답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물랑루즈>나 <아일랜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준 이완 맥그리거가 콧수염을 기르고 19세기 영국 신사로 분한 점과 살아움직이는 듯한 포터의 그림들은 신선할 만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단지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여자가 어떻게 '피터 래빗'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었고 순수했는지, 동물과 환경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남자를 사랑했고 결국 어떤 남자와 살게 되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감독의 의도가 애초에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여성의 일대기를 영화로 '표현'하고자 한 것 뿐이라면 그 의도는 다 이뤘다고는 할 수 있겠다. '한 편의 동화처럼 각색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단 하나의 사랑'이라는 영화 광고 타이틀은 분명 베아트릭스 포터와 노만 워른의 사랑은 말하는 것일텐데, 영화에서는 그 사랑의 깊이가 타이틀이 의미하고 있는 것만큼 풍부하게 표현되지는 못했다.    

+)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베아트릭스의 그림. 베아트릭스의 그림은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 되었지만, 사실 그녀의 작품이 그토록 유명하고 유서가 깊은 작품이라는 것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토끼 그림' 정도로 생각하던 피터 래빗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스 포터
감독 크리스 누난 (2006 / 미국,영국)
출연 르네 젤위거,이완 맥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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